“요즘 시판 분위기 좋아지고 있어요.”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시판 전문점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함께 할인마트나 초저가화장품 매장이 시판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듯한 분위기로 인해 가라앉아있던 전문점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인 화장품 업계의 시판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전문점주들 역시 새로운 브랜드 도입과 업체에서 마련한 정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전문점 매출은 그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하락국면에 빠져있었다. 올해의 경우만 봐도 본지가 집계한 태평양, LG생활건강, 코리아나화장품, 한불화장품, 한국화장품, 참존, 애경, 엔프라니, 라미화장품, 로제화장품 등 10개사의 전문점 경로 매출이 4월 이후 8월까지 무려 4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기간은 여름철 비수기를 끼고 있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5월 성수기의 매출 호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지난해와 비교해도 실적이 전체적으로 15% 가량 줄어들어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심지어 8월의 경우엔 지난해 매출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에 그쳐 업계가 커다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9월에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하고 있다. 우선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요사들의 시판 전문점 경로 판매 실적이 태평양과 LG가 각각 92%, 90%의 매출 증가를 이뤄내는 등 선전에 힘 입어 업계 전체적으로 67% 정도의 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만에 매출이 급신장한 것에 대해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부족하다. 태평양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장에서의 판매는 본사 매출이 줄어든 것보다는 낙폭이 적었다”며 “재고 위주로 판매하며 매입을 꺼렸던 전문점주들이 시판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미뤘던 제품 구매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제화장품 관계자도 “봄에 출시한 신 브랜드가 최근 들어 매월 50% 이상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는 단지 성수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전문점주들의 의욕이 상승한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하반기에 나온 새 상품과 신 브랜드들이 저가품이 넘쳐나는 불경기에 통하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G에서 새로 선보인 이자녹스 MX-II가 브랜드 소속 다른 라인 제품들과 동시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한불화장품 자회사로 출시된 고급 브랜드 까롱 역시 전문점 입점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애경에서 출시한 에이솔루션의 W, H 라인과 참존의 디에이지 레드-애디션 역시 새로운 기술로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유통가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며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 성남의 전문점주는 “전문점마다 장사가 잘 되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점주들은 할 만한 사업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전보다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폐업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강조했다. 전문점 시장은 언제든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는 에너지와 의지를 갖췄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회사와 전문점 간의 브랜드숍 전환이나 대리점 통합과 본사 직거래 등 중간 유통관계를 정비하는 작업이 지난 비수기에 집중적으로 진행돼 매출에 더 영향을 미친 점도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 들어 성수기 진입과 함께 시판 유통 변화의 대략적인 가닥이 잡히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에도 설득력이 실려 있다. 한 중견업체 영업 실무자는 “마트나 신유통에 대한 비중이 아무리 커진다 해도 본사 차원의 전문점 중시 정책은 바뀔 수 없다”며 “일선 전문점주들도 이 같은 점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발을 맞춰준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410호 3면) - 이봉구 기자 viewsio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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