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화장품 전문회사인 에스티 로더 계열 프리스크립티브스 화장품이 아시아에서 완전 철수키로 확정했다. 일본에서만 13년의 역사를 쌓아온 프리스크립티브스의 완전 퇴각은 모회사의 위상과 마케팅 능력에 비해 볼 때 놀라운 소식. 싱가포르와 대만 및 태국 등지에서도 함께 철수하는 것이어서 아시아 대륙에서의 완전 철수라는 의미를 지닌다. 에스티 로더의 아시아 지역 담당 크리토퍼 우드 사장에 의하면 이번 조처는 프리스크립티브스의 주시장인 미국을 비롯, 영국과 캐나다 및 오스트레일리아 시장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프리스크립티브스 화장품은 일본에만 16개소의 판매점을 운영해 왔는데 이번 10월부터 문을 닫기 시작해서 내년 2월까지 모두 폐쇄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도쿄 유라쿠조의 한큐백화점과 요코하마시의 다카시마야백화점 내 판매점이 맨 나중에 문을 닫게 될 예정이다. 미국 화장품업계 전문가들 추산에 의하면 프리스크립티브스 화장품은 아시아에서 연간 약 900만달러, 일화로 약 10억엔대의 매출을 올려 왔다. 그러나 프리스크립티브스 회사 관계자들에 의하면 전체 매출액 중의 90%가 미국 지역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조처는 판매 시장의 집중화란 측면에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다른 브랜드들이 난조에 휩싸여 있는 속에서도 프리스크립티브스의 구미지역 매출이 지난 2개월 동안 호조를 보인 것을 지적하면서 우드 사장은 아시아 지역을 향한 프리스크립티브스의 새 모델 개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의약품의 처방이란 의미를 지닌 ‘프리스크립티브스’란 이름을 내건 에스티 로더의 프리스크립티브스화장품은 미국 각 동네에 포진해 있는 편의점 한켠에서 마치 약국과 같은 이미지의 판매대를 구축하고 고객들에게 화장품을 처방해 주는 듯한 판매 전술로 상당한 성공을 이끌어 왔다. 이같은 판매 전략은 영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한 구미권에서는 비슷하게 먹혀들었으나 생활 관습이 판이한 아시아 지역, 그 중에서도 주시장인 일본 문화와는 거리감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관계자들은 시장에서의 거부감 외에도 일본 당국자들의 보이지 않는 행정상 규제에서도 원인을 찾고 있다. 약국이나 약국 같은 행위로 화장품을 파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는 일본 행정 당국의 규정과 눈초리가 프리스크립티브스가 진정한 마케팅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했다는 불평도 프리스크립티브스 측에서는 나오고 있다.

창업 3세 윌리엄 로더의 결단 프리스크립티브스의 아시아 철수는 한 제품의 시장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해 국제 화장품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에스티 로더의 이번 결심은 창업 3세대의 회장으로 갖 취임한 윌리엄 로더 새 사령탑의 첫 조처이다. ‘아메리칸 뷰티’란 새 브랜드의 화려한 런칭으로 야심찬 새 매니지먼트의 첫 걸음을 내디딘 윌리엄 회장의 칼날이 프리스크립티스의 아시아 시장을 대번에 자르는 등 새 경영자의 단호한 결단력을 보여 주는 확실한 증거로 분명히 기억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은 일본 및 독일 시장의 개척과 이후의 실적을 평가받아 에스티 로더의 사령탑을 잠시나마 지내다 해외 담당 고문을 맡아온 프랭크 랭해머 시대가 이번 아시아 시장의 퇴출로 어느덧 완전 마감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아시아 지역 철수로 에스티 로더는 완전히 새로운 사령관을 맞아 완전히 새로운 경영 상태에 들어섰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40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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