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장품 및 향수 시장이 최근 들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 환경의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명망 높은 전문 최고 경영자가 분석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코티 화장품 계열사인 랑카스터그룹의 마이켈 스칸나비니 최고경영자는 “최근 ‘아름다움을 위한 사업’인 화장품 업계는 전통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워 왔으나 이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 성향 대신 대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화장품의 생산과 판매 전략이 옮겨가고 있는 중”이라고 풀이했다. 연매출 약 8억달러 규모의 톱클래스급 국제 화장품회사를 이끌고 있는 스칸나비니 사장은 최근 이탈리아의 경제 전문 일간신문인 ‘일 솔레’와의 인터뷰에서 화장품 및 향수 시장의 변화는 소비 시장의 확대에서 우선 불가피하게 연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칸나비니 사장의 분석에서 첫째는 화장품 시장에서의 소비자 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에 바탕을 둔다. 특히 소비자 숫자는 우선 화장품 소비자의 연령폭이 전에 없이 위 아래로 계속 넓어지고 있는 데서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유아용은 물론 노년층까지 화장품을 필수품화하는 경향이 확실해진 것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성들의 화장품 사용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역시 화장품의 소비 시장을 크게 넓혀 놓았다. 남성 화장품 시장은 이제 전체 화장품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불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의 화장품 소비자들은 구매 태도 또한 과거와는 뚜렷하게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오늘의 화장품 소비자들은 여러 브랜드 제품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을 좋아한다. 비교하고 골라 사려는 현명함은 현대 소비자들의 기본 소양이다. 낮은 가격과 접근하기 쉬운 상품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소비자들의 구미를 알아차린 화장품의 유통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하다. 최근의 화장품 매장 구성은 지속적으로 셀프서비스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다. 매장 진열대 판매방식에서도 시각성이 무엇보다 중시된다. 이러한 유통 방식의 눈에 띄는 변화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며, 제품의 변화도 요구하게 된다. 국제 화장품 업계의 많은 제조회사들은 이러한 추세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으며 적응하는데 너나 없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품질 유지와 향상은 화장품 업체 최대의 과제가 됐다. 그러면서도 대중화는 외면할 수 없는 명제. 유행에 뒤떨어져서는 안 되며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고도 낮은 가격까지 유지하는 것도 오늘의 화장품 업체들이 풀어야 하는 당연한 숙제가 됐다. 스칸나비니 사장에 의하면 랑카스터그룹은 현재 생산 체계를 세 분야로 나누었다. 첫 번째 분야는 아주 고급스러운 제품들로 제한된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군으로 가격 역시 높다. 두 번째 분야는 중간 제품군으로 고급성을 유지하면서도 제한된 소비자들만을 대상으로 삼는 제품군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분야는 이상의 두 분야를 제외한 대중성 중심의 제품군이다. 화장품 시장은 전통적으로 장기간의 제품 생산기획과 짧은 시간 속의 유행속도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주요 관건이다. 그러면서도 나라마다 마케팅 효과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공전의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로페즈의 이름을 내세운 화장품들이 미국, 영국, 일본, 오스트리아에서는 인기를 끌었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웬일인지 찬밥신세였다. 아무리 귀신 같은 경영의 귀재라도 경기 사이클을 벗어날 수 있는 재주는 없다. 한편 스칸나비니 사장은 2004년을 지난 2년과 비슷하게 2∼3%대의 성장을 예상하며 2005년 들어서야 좀 더 낙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395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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