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 위성국가 중 가장 먼저 개방한 나라인 동유럽의 폴란드가 의외로 건실한 화장품 산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575개 업체가 12억달러 규모의 탄탄한 시장에서 외국의 큰 회사들과 대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바르샤바 무역관이 폴리쉬 뉴스 불리틴 등 현지 발간물을 종합 보고해 온 바에 따르면 폴란드의 2003년 6월 말 현재 화장품 매출 총액은 약 6억달러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판매 수량으로 볼 때는 1%의 증가를 보여 유럽 전역의 불황 기조에 비해서는 상당한 호조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폴란드 국내산 화장품 브랜드들은 서구 유명 브랜드들에 비해 전혀 꿀리지 않는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얼굴 화장용 제품들의 경우 톱 브랜드 7개 중 무려 5개가 폴란드 국산 제품인데 그 중에서도 Eris 브랜드 제품들은 세계적 톱 브랜드들인 로레알이나 니베아 제품들에 앞서거나 맞서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가 하면 메이크업용 제품들 역시 개방 초기인 90년대 중반부터 몰려든 코티 등 서구의 유명 브랜드들에 억눌리던 것도 잠시, 현재는 상위 7개 톱 브랜드들 중 4개가 폴란드 자국산 제품들이다. 폴란드산 메이크업 제품들로는 인곳(Ingot)과 벨(Bell)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 수공업 및 경공업 분야의 오랜 기지 및 전통을 지닌 폴란드에서의 화장품 산업은 호박(Amber)과 아마(Flax)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한 독창적 제품으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이를 수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구 시장 상황의 활용에도 능한 폴란드 화장품 업계에서 소폿(Sopot) 소재 오셔닉(Oceanic)사는 최근 보톡스 피하주사 효과를 내는 크림을 독자 개발 판매,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폴란드의 화장품 대외 수출도 주목할 만한 수준이어서 2002년의 경우 약 4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6%의 폭발적 증가 수준이다. 폴란드 화장품 수출의 원동력은 기이하게도 외국 자본 화장품 회사들이다. 유럽과 미국계 대형 화장품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폴란드에다 회사를 차리거나 공장을 지어 동부 유럽 시장 공략 기지로 삼고 있다. 그 결과 2002년의 외국 계열 화장품 회사들의 수출액이 2억5000만달러에 달해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폴란드 국내업체로는 연간 매출 규모 약 2천500만달러인 오셔닉(Oceanic)사가 총 매출액의 약 15∼20%를 해외 14개국에 수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이들은 수출비중을 50% 이상 늘이려고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인곳(Ingot)사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투자,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도 하고 있는데 폴란드가 새해들어 EU에 정식 가입하게 되면 폴란드 화장품 업계의 동서구 수출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의 화장품 시장은 아직도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좌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품 연구 개발 여력이 현재까지는 미흡해 서구 대형 화장품 회사들에게 장기적으로는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서구 시장의 세련된 취향에도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폴란드의 대 서구 수출은 단기적으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동유럽 지역 진출 기지 또는 교두보로서는 폴란드가 다른 어떤 곳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국제 화장품 업계 전문가들의 거의 공통된 결론이다. (36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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