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의 화장품 관련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여전히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본격적인 봄철에 들어서면서 각 업체마다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 또는 제품의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각 유통경로 별로 다양한 제형과 가격대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제품의 성격을 좌우하는 주 성분의 경우 기존의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첨가되는 미용성분이 마케팅적 측면에서 새로 출시되는 브랜드의 성격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공들여 개발한 신원료나 화장품이 성분과 효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거나, 기존의 원료나 기술에다 몇 가지 첨가물을 넣어 판매에 나서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는 사실이 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가격이 결정되는 문제는 브랜드와 마케팅 차원의 몫일 뿐 이른바 ‘공인’된 효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수입품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화장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의 신기술 및 신원료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왔고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방화장품의 전략화 추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이 실현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식약청은 제도 제·개정과 제품의 평가가 주무인 관청인데 과연 산업 발전 마인드를 얼마나 가질 수 있는지, 현실적인 지원에 있어서의 한계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조직 체계상 산업발전 및 신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은 산업자원부나 과학기술부 등의 몫으로 식약청의 화장품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실제로 예산을 책정하고 실효성 있는 사업을 펼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의 여건이 급변하는데 비해 제도와 행정지원은 늘 뒤쳐지고 있다”면서 “최근 식약청의 적극적인 행보에는 다소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구개발에 힘을 쏟기보다는 상품기획에 무게를 두는 업체가 더 많지 않느냐는 뼈 있는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기존의 원료와 기술을 활용해 시의에 맞는 잘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관행이 당장은 매출에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시장은 유수의 세계적 기업들이 들어와 각축을 벌이는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결국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돼 버렸다. 때문에 국산 화장품의 품질에 대한 평가 및 기능성 심사 제도 등을 통해 우수성을 입증하고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략화는 업계와 식약청은 물론 각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추진해야 될 사항이라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329호 4면 기사) - 이봉구 기자 viewsio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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