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곧 기업의 얼굴이다. 브랜드가 좋으면 어렵던 회사가 일류회사가 되기도 하고, 브랜드가 나쁘면 잘 나가던 회사가 망하기도 한다. 쉽게 기억되면서 개성이 잘 드러나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 이것은 모든 회사가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요, 목표다. 지구상에는 코카콜라, 소니, IBM 등 수많은 브랜드가 있다. 이들 브랜드들은 소비자에게 제각기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어떤 브랜드는 강한 이미지를 가지며 상품가치가 높은 것으로 인식되는 반면 어떤 브랜드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태어나기 무섭게 수명을 다하고 만다. 그만큼 브랜드는 중요한 것이다. 코카콜라 자산가치의 97%가 무형자산, 즉 브랜드가치라는 것은 브랜드가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때문에 기업의 성패는 브랜드 전략이 얼마나 잘 수립되어 있고, 그 전략을 얼마나 잘 수행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샤넬, 랑콤, 크리스찬 디오르, 시세이도, 엘리자베스 아덴…. 외국 화장품의 브랜드지만 우리에겐 전혀 생소하지 않다. 아니 너무나 친근하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를 가도, 신문·잡지나 TV를 봐도 이들 외국 브랜드는 항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우리 머리 속에서도 화장품 브랜드하면 국산보다는 외제화장품이 먼저 떠오른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무엇보다 브랜드 수명(壽命)차이 때문일 것이다. 외제 브랜드는 보통 수십년 동안 세계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지만 국산 브랜드는 평균 2∼3년을 주기로 바뀐다. 유명 브랜드라도 10년을 넘기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산은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을 때쯤이면 그 브랜드가 이미 사라지고 새로운 브랜드가 나온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국산 브랜드를 기억하고 있을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국내 화장품사 55년 동안 세계시장에 1등 브랜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삼성)와 모피(진도), 오토바이용 헬멧(홍진 크라운)등 다른 업종은 1등 브랜드를 내놓고 있는데도 화장품만은 그렇지를 못하다. ‘소비자들이 식상해서 이 제품은 더 이상 사 주지 않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아야 합니다.’ 이런 원망의 목소리가 이곳 저곳의 영업사원들로부터 터져 나오면 메이커는 이제까지 엄청난 개발비와 광고비, 시간을 투자해 시장에 내놓은 브랜드를 포기하고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듭니다. 이런 식으로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한 유명 화장품회사 마케팅담당 중역의 하소연이다. 브랜드 자산은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지고 또 그 활동은 지속적이어야 하는데도 한국 브랜드는 그렇질 못해 자꾸만 국제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메이커들이 브랜드를 자꾸 바꾸는 것은 이처럼 빨리 승부를 보려는 ‘근성’ 탓이다. 때문에 다른 메이커에서 개발에 성공, 바람을 일으키면 유사한 제품을 브랜드만 바꿔 출시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브랜드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 투 프로덕트(Me Too Product)’라고 부른다. 다른 업체가 하니까 나도 따라 한다는 뜻이다. 이미 다른 업체에서 힘들여 개발, 인기가 올라 있는 제품에 살짝 몸만 얹혀 ‘무임승차’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물론 모든 업체가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비자들의 제품 구입 행태에도 문제는 있다. 한국사람들은 특히 새 것을 좋아하기로 소문나 있다. 자동차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심지어 사람(?)까지란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2∼3년 주기로 브랜드 바뀌어 소비자 혼란만 가중
이런 한국인의 소비 행태에다 쉽게 결판을 내려는 메이커의 ‘상혼’이 어우러져 잦은 브랜드 변경을 부추기는 것이다. 라이프 사이클은 제품에는 있을지언정 브랜드에는 없다. 그런데도 국내 화장품에는 ‘제품만 있고 브랜드는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국내 브랜드를 불신하고 대신 신뢰감이 가는 외국산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 틈을 이용, 철저한 브랜드 전략으로 무장한 외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상륙, 브랜드 파워를 키워감으로써 국산 화장품은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브랜드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철저하고 과학적인 시장조사와 연구개발(R&D) 투자의 확대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 브랜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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