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점포 전문점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체인 전문점들이 최근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유통구조의 급변화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자(子) 매장을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6일 유통가에 따르면 그동안 매출보전과 시장 장악력 향상을 위해 이뤄졌던 전문점의 체인화가 당초 의도와 달리 매출기여에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직원관리와 임대료상승 등 관리상의 난제가 심화돼 독립체제로 나가고 있다. 이같은 다점포 전문점의 독립채산제 경향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인근 중소도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 경쟁력 없는 부실 매장은 아예 폐점시키거나 업종전환을 서두르며 조직의 재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체인 매장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것은 과거 70%까지 육박했던 전문점의 시장점유율이 최근 40%선까지 축소되자 ‘매장 늘리기’가 더이상 매출신장에 보탬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또 매출보전과 매입단가 하락에 따른 경쟁력 확보라는 장점이 무의미해진 시점에서 굳이 체인 매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매장이 많다보니 여기에 투입되는 직원관리가 자연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의정부에 위치한 여인세상의 경우, 현재 5곳의 체인매장을 독립채산 형태로 변환·운영하며 경영상의 애로점을 크게 개선시켰다. 의정부역 본점과는 상호명만 같고 사장은 물론 직원교육, 가격, 물건매입 등은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점과의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한 정보교환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존 종속관계에서 탈피되다보니 각 매장환경에 맞는 경영을 펼칠 수 있고 자연히 자생력을 구축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성남 태평동의 오렌지화장품도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곳은 그동안 3호점까지 매장을 운영했으나 최근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이중 한 곳을 정리하고 나머지 2개 매장을 서로 다른 사장이 맡아 경영하고 있다. 이들 전문점들은 철저한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본점과는 별도로 직원관리에서부터, 담당지역 대리점 거래, 영업전략 수립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수행한다. 심지어 제품가격도 지역특성을 고려, 수익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격정책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여인세상의 이광진 사장은 “매장 스스로가 경영 주체, 손익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며 “한 달에 한번 정도 정기 모임을 통해, 가격비교와 영업정보 등을 교환하며 상호 간의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매장의 독립채산제화는 전문점의 생존차원과 직결된 현안으로 전문점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올랐는지 반증해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308호 기사) - 김유진 기자 toyouji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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