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전문점의 경영난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메이커에서 각종 전문점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영세 전문점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매출 위주의 정책을 펴다보니 영세 전문점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것. 때문에 임대료도 내지 못할 정도로 고질적인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전문점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전문점의 마켓쉐어가 줄어들면서 중·대형 전문점들은 객단가를 높여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영세 전문점의 경우 객단가를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산을 모두 담보로 잡힌 탓에 새로운 브랜드를 취급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특히 고가품의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백화점 전문 수입 브랜드나 라이선스 브랜드가 속속들이 전문점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이를 취급할 자금력이 없는 것이 현실. 자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다시 경영 악화를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담보물 없어 신규 브랜드 취급은 엄두도 못 내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L사장은 “임대료도 나오지 않아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배운 것이 화장품이라서 어쩔 수 없이 운영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판촉이나 마진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새로운 브랜드를 취급하고 싶지만 메이커에서 제품을 주지 않는다”며 “기존 제품들은 가격 할인이 너무 심해 도저히 매장 운영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등포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S사장도 “대리점을 할 때부터 쌓인 누적 적자가 지금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신규 브랜드를 통해 적자를 만회해 보려고 해도 담보가 없으니 메이커에서 제품을 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S사장은 “아파트도 팔고 전세로 살고 있으니까 대출을 받을 길도 없고 이젠 완전히 희망을 잃어 버렸다”며 전문점 경영의 고충을 토로했다. 철저한 고객 관리와 선진 판매 기법도 영세 전문점에는 그림 속의 떡. 월말 결산과 임대료 메우기에도 급급한데 재투자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시판 시장이 갈수록 대형화, 전문화, 전산화되면서 영세 전문점이 완전히 설 땅을 잃고 있는 것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IMF 때 소규모로 전문점을 시작한 실업 가정들이 많다”며 “이들은 전문점 경영 노하우와 자금력이 미약해 시장에서 점점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철용 기자 / 사진 엄호섭 기자>

  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